"피가 30분 넘게 안 멈춰서 응급실까지 갔어요" – 만성 치핵 악화로 인한 급성 대량 출혈, 수술 전 배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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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요약
응급실에 갈 정도로 많이 난 피도, 배 안에 문제가 없고 변 색이 정상이라면 치핵에서 나온 출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치핵은 혈관으로 된 조직이라 심해지면 대량 출혈이 날 수 있지만, 암이나 게실 출혈처럼 장 안에서 나는 피와는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이 환자분은 체중감량 주사(마운자로) 투여로 변비가 생기면서 오래된 치핵이 다시 악화되어 손으로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 상태까지 진행했고, 반복되는 대량 출혈과 탈출 증상 때문에 수술을 권했습니다. 수술은 바로 하지 않고, 변을 부드럽게 조절하는 과정을 먼저 거칩니다.
- 피가 많이 날 때는 항문에 거즈나 휴지를 대고 누워서 안정을 취합니다.
- 변을 오래 참거나 무리하게 힘주지 말고, 마려울 때만 짧게 봅니다.
- 밥·빵·면·고기보다 야채 위주로 식사를 늘려 변을 부드럽게 만듭니다.
- 식사만으로 부족하면 변을 늘리고 묽게 하는 약을 처방대로 복용합니다.
- 수술 전 변 상태를 먼저 조절한 뒤, 편하게 변을 보는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합니다.
진료실에서
— 응꼬형: 앉으세요.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 환자: 좀 심한 것 같은데요, 어저께 피가 너무 많이 나와서 30분 정도 안 멈추길래 응급실까지 갔거든요. 지혈 주사 맞고 CT 찍고 했는데 괜찮은 것 같다고, 그래서 여기를 소개해 주시더라고요.
— 응꼬형: 원래 치질이 좀 심한 편이셨어요?
— 환자: 2년 전에 치질이 있었는데 그건 괜찮아졌어요. 그런데 제가 1년 전부터 마운자로를 맞는데, 변비가 좀 생기면서 이게 다시 심해져서 지금 한 3달 정도 된 것 같아요. 피가 그렇게 많이 나온 건 어제가 처음이었고요.
— 응꼬형: 전에는 집어넣으면 들어갔는데, 이제는 안 들어가는 거네요.
— 환자: 네, 그게 한 두 달 된 것 같아요.
응급실에 갈 정도의 항문 출혈, 어디서 난 피였을까요
어느 날 갑자기 항문에서 피가 30분 넘게 멈추지 않으면 누구라도 놀라서 응급실로 달려가게 됩니다. 이번 환자분도 그랬습니다. 응급실에서 지혈 주사를 맞고 CT를 찍었는데 배 안에는 피가 날 만한 문제가 없었고, "치질 쪽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희에게 오셨어요.
이런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질문은 딱 하나입니다.
"이 피가 진짜 치질에서 난 게 맞느냐?"
치질에서도 피가 '물총'처럼 날 수 있습니다
치핵은 혈관으로 이루어진 조직입니다. 그래서 심해지면 피가 정말 많이 날 수 있어요. 심한 분들은 샤워실에 서 있는데 피가 다리를 타고 줄줄 흐르고, 힘을 주면 물총을 쏘듯이 피가 뻗어 나가기도 합니다.
그런 분들은 정상 헤모글로빈이 13 정도인데 6~7까지 떨어지기도 해요.
그러니까 "피가 많이 났다"는 것만으로 큰 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안에서 나는 피와 치질에서 나는 피, 이렇게 구분합니다
정말 무서운 건 장 '안에서' 나는 피입니다. 암이나 염증처럼 생명과 연관될 수 있는 출혈은 보통 피와 변이 섞여서 나오고, 소화가 되어 검붉은 색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게실에서 나는 출혈도 대량 출혈이 될 수 있는데, 이건 변 없이 설사처럼 피만 쏟아지는 게 특징입니다.
이 환자분은 작년에 대장내시경을 하셨고 이상이 없었습니다. 1년 만에 용종이 자라 암이 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진찰해 보니 장 안에 검은 피나 검은 변이 고여 있지 않았고 변 색깔도 좋았어요. CT에서도 출혈할 만한 병변이 없었고요.
그러면 확률상 치핵에서 난 출혈일 가능성이 제일 높은 겁니다.
치핵은 혈관으로 된 풍선입니다
치핵은 혈관으로 된 풍선 같은 조직이에요. 이걸 60년 쓰셨으면 낡을 수밖에 없습니다. 눈을 오래 쓰면 노안이나 백내장이 오는 것과 똑같아요.
힘주고, 오래 앉아 있고, 술 마시고, 피곤하고, 임신과 출산 같은 일들을 겪으면서 점점 부풀어 밖으로 나오게 되고, 나오다 보면 붙잡고 있는 조직이 헐거워지면서 더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피가 나고, 손으로 집어넣게 되고, 부으면서 아프고, 이걸 계속 반복하게 되는 거예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렇게 늘어난 치핵은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계속 표정을 지으면 주름살이 깊어지는데, 약을 먹는다고 주름살이 펴지지는 않잖아요?
치핵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술은 '있어서'가 아니라 '계속 불편해서' 하는 겁니다
치질은 암이 되지 않습니다. 치질 때문에 죽을 일도 없어요. 그래서 피가 1년에 딱 한 번 나는 정도라면 수술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한 달에 일주일씩 피가 나고, 피곤한 날마다 붓고, 변 볼 때마다 손으로 집어넣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한번에 피가 다량으로 날 정도이고, 붓는 증상과 집어넣는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저희는 수술을 권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치핵은 더 심해지고, 나이가 들수록 수술은 더 어려워지거든요.
집에서 피가 많이 날 때 응급처치
집에서 갑자기 피가 많이 나면 항문에 휴지 같은 것을 딱 대고 그냥 누워 계시면 됩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건 평소에 변을 잘 보는 거예요.
치핵은 풍선이라서 힘을 줄 때마다 부풀고, 부풀다가 터지는 게 바로 출혈이거든요.
풍선을 안 부풀리는 게 최고의 응급처치이자 예방입니다.
수술보다 먼저, 변 조절이 원칙입니다
변이 단단한 상태로 수술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수술한 자리에 또 힘을 주게 되고, 그 자리가 터져서 더 붓고 피가 더 나고 더 놀라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변을 조절한 후에 수술한다'는 원칙을 지킵니다.
하루에 한 번이든 이틀에 한 번이든, 부드럽고 편하게 변을 보는 상태를 만들고 나서 수술하는 거예요. 이 환자분의 경우 약으로 변을 조절하면서 일주일 안에 수술까지 진행할 수 있습니다.
체중감량 주사 같은 것을 맞는 분들의 변비, 이렇게 관리합니다
이 환자분은 체중감량 주사를 맞으면서 식사량이 줄었고, 그러면서 변비가 생겨 치질이 악화됐습니다. 식사량이 줄면 변 재료가 없으니 장이 움직일 일이 없고, 변이 장 안에 오래 머물면서 수분을 다 뺏겨 단단해지거든요.
원래는 많이 드시는 게 첫 번째입니다. 다만 밥, 빵, 면, 고기는 다 흡수돼서 변을 만들지 못해요. 변에는 도움이 안 되고 살만 찌우는 음식들입니다.
변을 만들려면 야채를 많이 드셔야 해요. 그런데 이런 주사를 맞는 중에는 식이섬유만 먹어도 배가 너무 불러서 식사를 늘리고 싶어도 못 늘립니다.
이럴 때는 변을 늘리고 묽게 해주는 약을 쓰는 게 오히려 낫습니다.
이런 약은 평생 드셔도 되는 약이에요. 변을 못 보는 것보다 약을 먹는 게 훨씬 낫습니다. 처음에는 한 알만 드시다가 변이 묽어지면 끊고, 한 알로도 단단하면 두 알로 늘리시면 됩니다.
응꼬형의 진료노트는 진료실에서 만난 여러 환자분의 서로 다른 상태에 따라,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 방향을 잡았는지를 적은 글입니다.
같은 질환이라도 항문의 크기와 힘, 질환의 경중,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정도에 따라 판단은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글의 내용이 모든 분께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본인의 상태가 어떤지는 진료를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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