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루 수술, 어떻게 준비하고 받나요 – 검사로 길과 항문의 힘을 미리 확인하고, 척추 마취 뒤 수술 중에도 초음파로 길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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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요약
치루는 항문샘의 염증이 길을 만든 것이라 항생제만으로는 그 길이 없어지지 않고, 수술로 치료합니다. 수술 전에는 진찰·초음파·항문 압력 검사로 길과 항문의 힘을 미리 확인합니다.
수술은 척추 마취를 하고 엎드린 자세에서 하며, 수술 중에도 초음파로 길을 다시 확인하면서 필요하면 방법을 바꿉니다.

이 내용은 제 유튜브 영상 「항문 치루, 어떻게 수술하는지 외과의사가 직접 보여드려요!ㅣ병원내원부터 수술당일까지!!」(2024년 4월)에서 이야기한 것을 글로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앞서 올린 「항문 옆에 뾰루지가 났다 좋아졌다를 반복해요」에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치루는 고름이 만든 길입니다
항문에는 변이 부드럽게 나오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분비물을 내보내는 분비선이 있습니다. 이 분비선에 염증이 생기고 그 염증이 주변으로 퍼지면서 길을 만드는데, 그 길이 피부 밖으로 터지기도 하고 장 안쪽에서 꼬이면서 다른 곳과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고름 길이 만들어진 것을 치루라고 합니다.

항문 주위 농양이 있는 분의 15~40% 정도에서 치루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농양을 빨리 절개해 고름을 빼 주어야 치루가 생길 가능성이 조금 낮아집니다. 치루는 평균 40세 전후의 성인에게 많고,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정도 많습니다. 괄약근을 얼마나 침범했는지에 따라 단순 치루와 복합 치루로 나누는데, 둘의 수술 방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항생제만으로는 왜 안 될까요
항생제는 먹거나 주사로 맞으면 혈관을 타고 돌면서 균을 죽입니다. 그런데 고름집 안에는 혈관이 없습니다. 그래서 항생제를 써도 절반 넘게는 곪는 증상이 오히려 심해지기도 합니다.
치루는 이미 샛길이 생겨 버린 상태입니다. 항생제로 주위 염증을 가라앉힐 수는 있어도 그 길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고, 길이 남아 있으면 나중에 다시 재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수술 치료가 필요합니다.

처음 병원에 오실 때는 항문 주위 농양이 있는 상태로 오시기도 하고, 고름이 터진 뒤에도 진물이 계속 나다가 피부가 막히면 다시 곪아 아파지는 일을 겪고 오시기도 합니다. 열이 나고 몸이 떨리며 몸살처럼 아파서 처음에는 감기 몸살인 줄 알고 내과에 먼저 가시는 분도 많고, 심하면 패혈증까지 올 수 있습니다.
수술 전에 하는 진찰과 검사
진찰은 먼저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직접 만져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져 보면 고름집이 있는지,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항문 안을 벌려 직장에 염증이 함께 있는지도 보고, 초음파로 길이 복잡한지, 고름이 함께 있는지, 직장 쪽으로 뻗었는지 옆으로 뻗었는지를 확인해야 수술 계획을 세우고 환자분께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진료실 진찰로 대강의 상태와 깊이는 알 수 있지만, 마취를 하면 항문이 풀어지면서 진찰 때보다 길이 훨씬 깊게 들어가 있거나 초음파에서 잘 보이지 않던 여러 갈래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마취가 되면 통증이 없으니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고, 그래서 수술 방법이 바뀔 수 있습니다. 바뀌는 것이 있으면 환자분께 먼저 말씀드립니다.
수술 전에 꼭 해야 하는 검사는 항문 압력 검사입니다. 항문이 약한지, 힘이 센지, 좁아질 수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손가락 굵기를 떠올리시면 검사에 쓰는 관은 3~5mm 정도로 아주 가늡니다. 이 관을 넣고 힘을 뺐을 때와 조일 때의 압력을 재며, 검사는 10~20분 안에 끝납니다.

수술 전 상태를 알면 수술 뒤 변실금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지 미리 예측할 수 있고, 그 점을 환자분께 먼저 알려 드리고 관리하는 방법을 안내할 수 있습니다. 항문 압력에 따라 수술 방법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크론병이 함께 있는지도 확인합니다
치루가 생기는 흔한 원인은 설사이지만,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질환 때문에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치루를 수술해도 상처가 낫지 않아 문제가 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의심되면 먼저 내시경으로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질환이 있는지 확인한 뒤 수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크론병이 함께 있다면 고름을 빼는 배농만 합니다. 고름 없이 길만 생긴 치루라면 항생제 치료가 꽤 효과적이고, 항생제를 쓰면서 크론병을 치료하면 치루도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수술 전날과 당일 준비
피를 잘 멈추지 않게 하는 약, 곧 항혈소판제나 항혈전제를 드시는 분은 내시경 전에 끊는 약과 마찬가지로 환자분에게 맞는 기간만큼 끊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식은 다른 항문 수술과 거의 같습니다. 오전에는 죽으로 식사를 하시고, 점심은 굶은 뒤 오후에 수술을 합니다. 장 준비는 대장내시경처럼 장 정결제를 먹지 않고, 직장 안에 있는 변만 빼내는 관장을 합니다. 오전 식사를 하신 뒤 좌약으로 관장해 충분히 변을 보고 오시도록 안내드리고 있습니다.


척추 마취와 수술 자세
마취는 옆으로 누워 몸을 동그랗게 마는 자세에서 합니다. 그러면 척추 사이가 벌어지면서 바늘이 들어갈 길이 열리고, 그 사이로 약을 넣습니다. 바늘은 예방 접종이나 피 뽑을 때 쓰는 바늘보다 훨씬 가늘고, 두세 번 이상 찌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찌를 때 한 번 따끔하고, 약이 들어갈 때는 대부분 불편하지 않습니다.
마취가 되면 아래쪽이 화하고 찌릿찌릿하면서 감각이 없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모든 감각이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만지거나 누르거나 벌리는 느낌은 느낄 수 있지만, 칼이나 바늘로 찌르고 태우는 통증은 느끼지 않습니다.
깨어 있는 상태라 수술실의 시끄러운 소리가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엎드렸을 때 얼굴을 받치는 도넛 모양 받침 밑에 태블릿을 놓아 재미있는 영상을 보실 수 있게 하고, 헤드셋을 씌워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수술은 잭나이프 자세라고 해서, 엎드린 채 몸을 꺾어 항문이 가장 위쪽으로 잘 드러나게 합니다. 엉덩이 살이 모여 있으니 테이프로 엉덩이를 붙여 벌리고, 떨어지지 않게 청테이프로 단단히 고정합니다. 제가 가장 아끼는 도구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그다음 항문 주위와 회음부의 털을 일회용 면도기로 정리합니다.

수술 중에도 초음파로 다시 확인합니다
치루는 길이 워낙 다양하고,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안쪽 길을 다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술 중 초음파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초음파로 길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염증이 있는 길에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하며, 길을 열어 두거나 수술을 마친 뒤에도 남은 염증 길이나 문제가 없는지 한 번 더 살핍니다. 길이 여러 갈래면 그때그때 확인하면서 수술 방법을 조금씩 바꾸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치루는 항생제로 길이 없어지지 않아 수술이 필요합니다. 수술 전에는 진찰과 초음파로 길을, 항문 압력 검사로 항문의 힘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내시경으로 크론병이 있는지도 봅니다. 수술 당일은 오전에 죽을 드시고 좌약 관장을 한 뒤 오시면 되고, 척추 마취 뒤 엎드린 자세에서 초음파로 길을 확인하며 수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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