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을 봤는데 피가 나와요, 대장암일까요 치질일까요 – 피의 색깔과 나오는 모양으로 짐작은 하지만, 원인은 검사로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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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요약
피는 위에서 항문까지 어디서든 날 수 있고, 피의 색깔과 나오는 모양을 보면 어디서 났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늘 들어맞지는 않으니, 피가 나면 병원에서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외래에 오신 날은 준비 없이 항문부터 보고, 필요한 경우에만 대장내시경을 권합니다. 수술이 아니더라도 배변과 음식을 관리해 피가 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내용은 제 유튜브 영상 「혈변, 변에 피가 섞여 나올 때 — 피 색깔로 보는 출혈 위치와 대처법」(2023년 11월)에서 이야기한 것을 글로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피가 나면 누구나 크게 걱정합니다
항문외과에 오시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변을 볼 때 피가 나서입니다. 「치질 수술을 해야겠구나」 하고 오시는 분도, 「저 암 아닌 거 맞아요?」 하고 묻는 분도 모두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오십니다. 피가 났을 때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피는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직장, 항문 어디에서나 날 수 있습니다. 위암, 소장암, 대장암, 직장암 같은 암도 있고, 위궤양이나 십이지장 궤양,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질환, 게실증, 혈관 이형성, 나이 드신 분들의 허혈성 장염처럼 장 안의 여러 질환으로도 피가 납니다.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치핵,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치루 같은 항문질환입니다. 어디서 났든 피는 결국 항문으로 나오기 때문에, 피가 나면 항상 항문을 봐야 합니다.
저는 피가 나는 모양부터 여쭙니다
진료의 목표는 피가 나는 곳을 찾는 것이고, 피가 나는 곳에 따라 출혈의 모양이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늘 피가 변과 섞여 나왔는지, 변 색깔은 좋은데 새빨간 피가 따로 났는지, 양은 얼마나 됐는지, 피가 쫙 쏟아졌는지, 휴지에 흥건하게 묻었는지, 변기에 똑똑 떨어졌는지, 점액에 섞여 있었는지를 여쭙니다. 이것만 들어도 무엇 때문에 났을 가능성이 높은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여쭤보면 기억하지 못하는 분이 많습니다. 어떻게 피가 나든 변기 물에 섞이면 변기 전체가 새빨갛게 보이니, 변을 내리고 일어났다가 깜짝 놀라 그 뒤로는 제대로 보지 못하신 것입니다. 놀라시더라도 피가 어떻게 났는지 스스로 잘 살펴 두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의 색깔로 짐작하는 출혈 위치
짜장면 국물처럼 검고 찐득찐득한 피가 나왔다면 위나 십이지장, 식도, 또는 소장이나 대장의 위쪽처럼 위쪽 소화관에서 난 피를 먼저 생각합니다. 위쪽에서 난 피는 장을 타고 내려오는 동안 산화되어 색이 검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아래쪽 소화관은 항문과 가까워 피가 내려오는 시간이 짧으니 붉은 피가 그대로 나옵니다. 그 가운데서도 조금 위쪽일수록 피와 변이 섞일 시간이 있어 변 전체가 붉게 섞여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은 모양을 유지한 노란색인데 엉긴 피가 실처럼 묻어 나오거나,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거나, 휴지에 묻어나는 정도라면 더 아래쪽인 대장 끝이나 직장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꼭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위나 십이지장에서 피가 아주 많이 나는 위급한 경우에는 피가 다 산화되지 못해 아래까지 벌건 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직장암은 항문 가까이에 있어서 장에서 난 피인데도 변과 섞이지 않고 새빨간 피가 묻어 나올 수 있습니다. 특징적인 모습은 있지만, 100%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항문에서 피가 날 때의 모습
변기가 새빨개지거나, 휴지에 새빨간 피가 묻거나, 피가 변기에 똑똑 떨어지거나 콸콸 쏟아진다면 항문 쪽에서 났을 가능성이 좀 더 높습니다.
치핵은 혈관 조직이 부풀어 피가 나는데, 아무런 통증 없이 피만 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무언가 나오는 느낌이 함께 있기도 하고, 튀어나온 것을 집어넣지 않으면 피가 터져 나온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은 변이 찢어진 곳을 긁으며 나오기 때문에 변에 피가 한 줄 쭉 묻어 나오는 경우가 많고, 변을 본 뒤에 피가 톡톡 떨어지거나 휴지에 흥건하게 묻기도 합니다. 치루는 항문에 염증이 생겨 고인 고름이 터져 나오는 병이라, 피만 나기보다는 찐득한 피고름이 항문 바깥에 묻어난다고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 역시 늘 전형적이지는 않습니다. 치핵이 안으로 들어간 채로 피가 계속 나면 피가 직장에 고여 있다가 시간이 지나 검붉게 나옵니다. 새빨간 피가 아니라 검붉은 피라도 치핵에서 났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진료실에서는 항문부터 봅니다
피만으로는 무엇이 문제인지 확실히 알 수 없으니 검사를 해야 합니다. 대장내시경은 장을 비운 다음에 해야 해서 보통 예약을 잡고 받게 됩니다. 그래서 외래에 오신 날은 먼저 항문을 봅니다. 치핵이 있는지, 찢어진 곳이 있는지, 치루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에는 아무런 준비가 필요 없습니다. 옆으로 누워 항문경, 직장경, 초음파로 피가 날 만한 원인이 있는지 살피고, 검사가 끝나면 바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설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대장내시경은 이럴 때 권합니다
작년에 대장내시경을 받았고, 항문을 보니 피가 나는 곳이 분명히 보인다면 굳이 대장내시경을 다시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항문이 아주 깨끗한데 설사나 점액변이 함께 있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대장암이나 용종보다는 염증성 장질환일 가능성을 생각해야 하고, 이런 병은 1년 안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대장내시경을 권합니다. 작년에 받았다고 무조건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가 젊고 아주 새빨간 피가 났다면 암이 함께 있을 가능성은 극히 드뭅니다. 이럴 때는 바로 대장내시경을 권하기보다 먼저 배변 관리를 합니다. 변을 잡았더니 피가 나지 않는다면 큰 문제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장내시경은 마음의 평온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장내시경을 마음의 평온을 얻는 검사라고 생각합니다. 장에서 피가 났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출혈이 심각한 질환 때문일 수도 있으니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변을 볼 때 피가 나면 병원에 오세요. 꼭 수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배변 관리든 음식 관리든, 피가 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암만 아니면 된다고 넘기지 마시고, 출혈의 원인을 찾아 그에 맞게 관리를 받으셔야 합니다.

관련 글: 변 색깔만 봐도 병을 알 수 있나요 · 용종이 있다는데 선종은 또 뭔가요 · 항문질환 분류의 환자 질문 글. 원본 영상은 유튜브 응꼬형 채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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