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질문 변 보고 한참 뒤에 휴지에 피가 살짝 묻어요 – 치질도 찢어진 것도 아니라 묽은 변과 약해진 항문, 새는 변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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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요약
치질이나 상처가 아니라 변이 묽어지고 항문이 약해지면서 생기는 변실금(새는 변)이 출혈의 원인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항문이 자연스럽게 약해지는데, 이 상태에서 변이 묽어지면 나도 모르게 조금씩 새면서 항문 주위 피부가 헐어 피가 비칩니다. 치료의 핵심은 변을 단단하게 뭉치도록 조절하고, 약해진 항문은 약이 아니라 운동으로 훈련하는 것입니다.
- 변을 묽게 하는 음식(매운 음식, 유제품, 유산균, 밀가루 음식, 술 등)을 줄인다
- 변 굳기 기준을 나이에 맞게 브리스톨 3~4형 정도로 조절한다
- 항문이 화끈거릴 때도 연고보다 변 관리를 우선한다
- 약한 항문은 혼자 무리하게 조이지 말고 병원에서 배변 조절법을 배운다
- 대장내시경 경과가 2년 넘었다면 검사도 고려한다

진료실에서
— 응꼬형: 오늘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 환자: 어제요. 변 보고 한 1시간 반에서 2시간 지난 다음에 걷기도 1시간 정도 했거든요. 근데 뒤에 항문이 좀 쓸린 듯한 기분이 있어서 휴지로 닦았더니 피가 약간 묻어나더라고요.
— 응꼬형: 뭐가 튀어나온 게 있어요?
— 환자: 조금 나온 게 있긴 있어요. 안에 들어가 있을 때도 있고, 밖에 조금 나와 있을 때도 있고요.
이 환자분은 어제 변을 보고 한두 시간이 지난 뒤 한 시간 정도 걷고 나서 항문이 쓸린 듯한 느낌이 들어 닦아 보니 휴지에 피가 약간 묻어 있어 오셨습니다. 4~5개월 전에도 한 번 비슷하게 변을 본 지 두 시간쯤 지나 닦다가 피가 묻은 적이 있었습니다.
변은 하루 한두 번, 5분 이내에 힘주지 않고 편하게 보시는 분입니다. 유방암 수술 이력이 있고 당뇨약과 고지혈증 약을 드시고 계십니다.
변 보고 한참 뒤에 휴지에 피가 살짝 묻었다면
피가 날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장 안에서 나는 피, 즉 암이나 염증입니다. 그런데 장 안에서 난 피는 보통 변과 섞이거나 검게 소화되어 나옵니다.
겉에만 새빨갛게 묻었다면 항문에서 났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진찰해 보니 피가 날 만한 치질·찢어진 곳·치루가 없다
항문에서 피가 나는 경우는 혈관으로 된 풍선 같은 조직인 치질이 부어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며 피가 나거나, 찢어지거나, 치루가 생기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진찰해 보니 치루도 없고, 찢어진 데도 명확하지 않고, 피가 날 만한 치질도 없었습니다. 치질이 조금 있긴 하지만 심하지 않습니다.
옛날에 한번 크게 부었던 것이 가라앉았지만 없어지진 않은 상태로, 피곤하거나 술을 먹거나 변 볼 때 힘을 주면 다시 붓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수술할 건 아닙니다.
대신 눈에 띈 것은 항문 주위가 빨갛다는 점, 그리고 검사해 보니 항문이 약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요새는 변을 잘 본다고 하셨는데, 이는 옛날보다 변이 부드럽거나 묽어졌다는 뜻입니다. 항문이 약한데 변이 묽어지면 나도 모르게 변이 조금씩 새게 됩니다.
변이 새면 처음부터 팬티에 묻는 게 아니다
환자들은 변이 새면 큰일 나는 줄 아는데, 처음부터 팬티에 묻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항문이 간지럽고 축축해집니다.
똥물이 묻으니 똥독이 올라 항문 주위가 빨개지고 화끈거립니다. 피부에 염증이 생긴 상태에서 닦으면 헤져서 피가 조금씩 묻습니다.
배변 시 찢어지는 것이라면 변 볼 때 아프고 피가 묻겠지만, 이 환자분은 변 볼 때는 아무렇지도 않고 걸을 때나 오래 앉아 있을 때 항문이 간지럽고 축축하고 화끈거립니다. 이것이 새는 것입니다.
응꼬형도 전날 매운 것을 먹고 술을 마셔 변이 묽어지면 다음날 항문이 간지럽고 축축하고 화끈거린다고 했습니다. 누구나 새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항문은 나이가 들면 약해집니다. 누구나 그렇고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나이가 들면 보통 변비가 되는데, 변이 단단해지면 안 나오고 묽어지면 샙니다. 소변이 새는 요실금은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변이 새는 것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나만 그런 것 같을 뿐, 실제로는 10명 중 4명이라 할 만큼 흔합니다.
치료: 변을 뭉치게 하고, 약한 항문은 운동으로
변이 새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변이 좋아지기만 하면, 뭉쳐지기만 하면 절대 새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 변 굳기의 기준이 바뀝니다. 젊었을 때는 브리스톨 4~5형이 좋았겠지만 이제는 브리스톨 3~4형이 적정합니다. 옛날처럼 100미터를 뛸 수 없는 것과 같으니 그러려니 하고 기준을 바꾸면 됩니다.
약한 항문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약이나 주사로는 할 수 없고 운동으로만 가능합니다. 다만 혼자서 무작정 오므리기만 하면 과하게 긴장해 오히려 나빠질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병원에서 배우고 배변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항문이 화끈거릴 때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좋아지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변이 좋아지는 것입니다.
변을 묽게 하는 음식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합니다. 매운 것, 기름진 것, 우유, 요구르트, 요플레, 밀크커피, 라떼, 두유, 단백질 음료, 유산균, 밀가루 음식, 떡, 면, 라면, 술을 모두 줄이면 좋아집니다.
변 색깔이 괜찮아서 장 안에서 피가 났을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지만, 대장내시경을 한 지 2년이 넘었으므로 한번 검사를 해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응꼬형의 진료노트는 진료실에서 만난 여러 환자분의 서로 다른 상태에 따라,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 방향을 잡았는지를 적은 글입니다.
같은 질환이라도 항문의 크기와 힘, 질환의 경중,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정도에 따라 판단은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글의 내용이 모든 분께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본인의 상태가 어떤지는 진료를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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