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볼 때 아프고 닦을 때 피가 묻어나요 – 급성 치열: 수술보다 배변 조절이 먼저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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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요약
급성 치열(항문이 찢어진 상태)은 수술보다 배변 조절이 먼저입니다.
변이 단단해지면서 항문이 찢어져 통증과 출혈이 생긴 경우, 평소 배변 습관이 좋았다면 야채와 식이섬유로 변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 치열 수술은 찢어진 곳을 꿰매는 것이 아니라 항문을 넓혀 되돌릴 수 없이 약하게 만드는 수술이라, 반복적으로 심하게 찢어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서두르지 않습니다.
- 야채와 식이섬유 섭취를 늘려 변을 부드럽게 만들기
- 처방받은 식이섬유·지혈 연고로 경과를 지켜보기
- 변보기가 무섭다고 식사를 줄이지 않기
- 변 색이 깨끗하고 배변 시에만 소량 출혈이 있다면 크게 불안해하지 않기
- 증상이 반복되거나 불안이 심하면 대장내시경·재진을 고려하기
진료실에서
— 응꼬형: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 환자: "대변에 피가 섞여 있는 것 같고요, 대변을 닦을 때 피가 묻어나요."
— 응꼬형: "언제부터 그래요?"
— 환자: "수요일까지는 정상적인 대변을 봤는데, 목요일부터 그랬어요. 목요일부터 쌀 때 좀 힘든 느낌이 있었어요."
— 응꼬형: "통증이 있어요? 아프세요?"
— 환자: "네, 대변 볼 때 조금 통증이 있었어요."
며칠 전부터 변 볼 때 아프고 피가 나요
이번에 오신 분은 수요일까지는 멀쩡했는데, 목요일부터 변 볼 때 통증이 생기고, 닦을 때 피가 묻어나고, 변에 피가 섞여 보인다고 오셨어요.
원래는 변 보는 데 1분도 안 걸리던 분인데, 변이 갑자기 단단해지면서 힘을 주게 됐다고 해요. 마침 최근에 조직검사를 받고 항생제를 복용하던 중이었고요. 검사받느라 스트레스 받고, 잘 못 먹고, 약까지 겹치면 변이 단단해질 수 있거든요.
진찰해 보니 항문이 찢어져 있었어요. 급성 치열입니다.
치열은 왜 생기고, 어떻게 진행되나요
치열은 항문이 좁거나 변이 단단해서 항문이 찢어지는 병이에요. 그래서 피가 나고, 아프고, 염증이 생기는 거죠. 사실 찢어지는 건 누구나 찢어져요. 변이 좋으면 보통 하루 이틀이면 그냥 나아요.
문제는 깊게 찢어졌을 때예요. 그 위로 변이 계속 지나다니니까 염증이 생기고, 덧살이 생기고, 점점 더 아파지다가 심해지면 결국 곪아요. 그 지경이 되면 수술을 해야 합니다.
치열 수술의 본질: 꿰매는 게 아니라 넓히는 것
치열 수술은 찢어진 데를 꿰매서 붙이는 수술이 아니에요. 항문을 넓혀서 '안 찢어지는 상태'를 만들어 주는 수술이에요. 항문이 넓어지면 변 보기가 편해지고 찢어질 일도 없어지니 좋죠. 대신 항문이 약해져요. 그리고 되돌릴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함부로 하는 수술이 아닙니다.
내 항문의 크기는 이제 살면서 커지지 않습니다. 다 컸으니까요. 그 말은, 앞으로도 변이 단단한 날에는 또 찢어질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방법은 딱 두 가지예요. 수술해서 넓히거나, 평생 변을 잘 보거나. 변을 잘 봐서 불편한 게 없다면 수술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반대로 변이 좋은데도 계속 찢어지거나, 조금만 단단해도 퍽 찢어져서 2주 넘게 아픈 일이 한두 달마다 반복된다면, 그때 수술을 생각하는 거예요.
이분은 평소 배변이 아주 좋았던 분이라, 수술이 아니라 배변 조절이 답이에요. 당분간 야채 섭취를 늘리고 식이섬유를 드시면서 변을 부드럽게 만들면 좋아질 거예요. 변 보기가 무섭다고 안 먹을수록 변은 더 단단해집니다. 오히려 더 드셔야 해요.
피가 나는데 내시경을 해야 하나요
혈변 덩어리가 보인다고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요. 항문이 찢어지면 피가 밖으로 뚝뚝 떨어지기도 하고, 안쪽으로 흘러 들어가 고였다가 변 볼 때 같이 나오기도 해요. 변에 피가 섞여 있으면 장 출혈을 의심해야 하지만, 이분은 장 안의 변 색깔이 아주 깨끗했어요. 직장 안에서 피가 났다면 검붉게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물론 100%는 아니고, 내시경이 제일 확실해요. 하지만 피가 난다고 모두 내시경을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변 상태가 괜찮고, 변 볼 때만 피가 난다면 치열일 가능성이 훨씬 높아요. 지금 상황에서 대장암일 확률은 그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에요.
변을 좋게 해서 통증과 출혈이 사라지면 '치열이 맞았구나'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너무 불안해서 잠이 안 올 정도라면, 그럴 바에는 내시경을 하는 게 나아요. 그건 확률의 문제이고, 마음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처방은 간단하게 했어요. 변을 조절할 식이섬유, 그리고 출혈에 쓰는 약이에요. 식사량이 회복되고 변이 부드러워지면 식이섬유는 굳이 안 드셔도 됩니다. 항생제는 이미 드시는 약에 포함되어 있어서 따로 처방하지 않았어요.
응꼬형의 진료노트는 진료실에서 만난 여러 환자분의 서로 다른 상태에 따라,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 방향을 잡았는지를 적은 글입니다.
같은 질환이라도 항문의 크기와 힘, 질환의 경중,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정도에 따라 판단은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글의 내용이 모든 분께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본인의 상태가 어떤지는 진료를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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