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풍선 같은 게 달려 있어요 – 항문 포진 급성 통증과 만성 치핵의 분리 진단, 배변 습관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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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요약
오늘 아픈 통증의 진짜 원인은 오래된 치핵이 아니라 별개의 포진(물집)이었고, 치핵은 진찰 중 우연히 함께 보인 것일 뿐이었습니다.
치핵은 암이 되지 않는 정상 조직이 늘어난 것이라 불편함의 정도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며, 하루 여러 번·오래 힘주는 배변 습관과 변을 묽게 하는 음식이 치핵을 악화시키므로 식이 조절이 우선입니다.
- 갑자기 아프면 오래된 치핵과 별개의 원인(포진 등)일 수 있으니 통증의 원인부터 구분한다
- 치핵은 불편한 빈도가 잦아질 때만 수술을 고려한다
- 변을 묽게 하는 음식(유제품, 유산균, 커피, 밀가루 음식, 매운 음식, 술 등)을 줄여 변의 굳기를 조절한다
- 약물 알레르기(특정 항생제 계열 등)가 있다면 반드시 미리 알려 처방에 반영한다
- 포진 부위는 배변 후 씻고 처방 연고를 꾸준히 발라 2차 감염을 예방한다
진료실에서
— 환자: 지금 아픈 건 그게 나와서 아픈 거예요? 아까 수포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 응꼬형: 환자분이 지금 아픈 건 수포, 물집이 있어서예요. 치질은 안 없어져요. 치질이 불편하면 수술을 하는 게 맞아요. 근데 꼭 해야 되느냐가 문제인 거죠. 얘가 암이 돼요? 안 돼요. 치질 때문에 죽을 일은 없잖아요. 그러면 치질이 부어서 불편한데, 일 년에 딱 한 번 붓고 딱 이틀만 불편하다면, 수술하시겠어요?
— 환자: 그러면 좀 아까울 것 같아요.
— 응꼬형: 그렇죠, 수술 안 하겠죠. 저라도 안 할 거예요.
오늘 아픈 것과 원래 있던 것은 다른 병입니다
항문이 갑자기 아파서 거울로 봤더니 풍선 같은 게 달려 있다며 오신 분이 계셨어요. 진찰해 보니 두 가지가 같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오래된 치핵(치질), 또 하나는 오늘 통증의 진짜 범인인 포진성 물집이었어요.
이 구분이 정말 중요합니다. 치질은 진찰하다 보면 그냥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오늘 아픈 건 입술 물집이나 대상포진과 비슷한 포진 때문인데, 마침 치질이 같이 보였던 거예요. 치질을 뗀다고 포진이 안 생기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지금 필요한 치료를 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날은 항바이러스 연고로 포진을 치료하고, 치핵 수술은 권하지 않았어요.
치핵은 병이 아니라 오래 쓴 정상 조직입니다
치핵은 혈관으로 이루어진 풍선 같은 조직이에요. 누구나 갖고 태어나는 정상 조직입니다. 그런데 힘주고, 오래 앉아 있고, 술 먹고, 피곤하고, 임신·출산을 겪으면서 오래 쓰다 보면 점점 부풀어요.
풍선을 부풀렸다가 공기를 빼면 원래대로 안 되고 늘어진 채로 남잖아요. 그게 치핵이에요. 눈을 오래 써서 노안이 오는 것과 똑같습니다. 약을 먹는다고 깊어진 주름살이 펴지지 않듯이, 한번 늘어난 치핵은 없어지지 않아요.
수술은 “있어서”가 아니라 “계속 불편해서” 하는 겁니다
치핵은 암이 되지 않아요. 치핵 때문에 죽을 일도 없고요. 그러니까 수술 결정의 기준은 딱 하나, 얼마나 자주, 얼마나 계속 불편하냐입니다.
일 년에 한 번, 이틀 붓고 마는 정도면 수술할 이유가 없어요. 반대로 늘 걸리적거리고, 피곤할 때마다 붓고, 한 달에 일주일씩 불편해서 자꾸 신경이 쓰인다면 그때는 떼는 게 맞아요.
변이 묽은 것도 변비입니다
이분은 하루 서너 번에서 다섯 번까지, 한 번에 10분씩 힘을 줘서 변을 보고 늘 잔변감이 있다고 하셨어요.
변비는 변이 단단한 것만이 아니라 변 보기가 힘든 것, 즉 배변곤란입니다. “변 보기 힘들다”고 오시는 분들 절반 이상은 오히려 변이 묽습니다.
변이 묽으면 배가 사르르 아파서 불안하니까 미리 가서 앉고, 시간이 길어지고, 보고 나도 직장에 남은 느낌이 들어 시원하지 않아요. 그래서 힘을 쥐어짜다 보면 치핵만 남는 거예요.
여기서 제일 큰 착각이 있어요. 변을 잘 보려면 변을 묽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인데, 완전히 반대입니다. 유산균이나 요구르트를 열심히 드시면 변이 더 묽어져서 증상이 더 나빠져요. 변을 묽게 만드는 것들 — 매운 것, 기름진 것, 우유, 요거트 같은 유제품, 커피, 두유, 단백질 셰이크, 유산균, 빵·면·라면 같은 밀가루 음식, 술 — 을 줄이는 게 먼저입니다.
하루 30분 쓰는 항문은 30배 빨리 고장 납니다
변은 한 번, 1분이면 보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하루 서너 번씩 10분씩 힘주면 하루 30분을 쓰는 셈이에요. 30년 쓸 항문을 1년 만에 쓰는 셈이니, 이대로면 언젠가 치핵 수술을 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그래서 변을 뭉쳐지게 하는 약으로 장운동이 적절한지 확인하면서 변을 조절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하루 한두 번, 1분 이내에 시원하게 보게 되면 치핵이 고장 날 일도 거의 없어지거든요.
포진 관리는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포진 물집은 시간이 지나면 터져요. 터진 자리에 변이 묻으면 2차 감염 걱정이 되니까, 변을 본 뒤에는 가능하면 비누로 씻고 항바이러스 연고를 잘 발라 주세요. 그렇게만 해도 감염까지 가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분은 특정 계열 항생제에 심한 알레르기가 있으신 데다 지금은 항생제가 필요한 상태가 아니어서 항생제는 쓰지 않았어요. 대장내시경은 급성기가 지나고 다음 방문 때 예약하기로 했습니다.
응꼬형의 진료노트는 진료실에서 만난 여러 환자분의 서로 다른 상태에 따라,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 방향을 잡았는지를 적은 글입니다.
같은 질환이라도 항문의 크기와 힘, 질환의 경중,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정도에 따라 판단은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글의 내용이 모든 분께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본인의 상태가 어떤지는 진료를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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