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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질환

치질을 그냥 놔둬도 되는지 궁금해서 왔어요

치핵·우연히 발견된 치루의 관리: 안 불편하면 지켜보고, 변 조절이 최우선

2026-09-12 · 글쓴이 윤상민

치질을 그냥 놔둬도 되는지 궁금해서 왔어요 – 치핵·우연히 발견된 치루의 관리: 안 불편하면 지켜보고, 변 조절이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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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응꼬형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6-09-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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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요약

치핵과 치루가 있어도 지금 불편하지 않다면 당장 수술할 필요는 없으며, 변 조절이 먼저입니다.

치핵은 나이가 들면서 낡아 늘어난 정상 조직으로 저절로 좋아지지 않지만, 암이 되거나 생명에 지장을 주지는 않으므로 불편한 정도에 따라 수술 여부를 결정합니다. 우연히 발견된 치루도 증상이 없으면 지켜볼 수 있고, 무엇보다 배변 시간을 줄이고 변을 묽게 하는 습관을 고치는 게 최우선입니다.

  • 변 보는 시간을 줄이고 마려울 때만 화장실에 간다
  • 유산균, 요구르트, 밀크커피, 라떼, 두유, 단백질 음료, 기름진 음식, 밀가루 음식, 술을 줄인다
  • 불편하지 않으면 연고나 약을 억지로 쓰지 않는다
  • 대장내시경은 미루지 말고 받는다

 

진료실에서

"변이 처음엔 부드러운데 뒤엔 좀 묽지 않으십니까?" — 응꼬형
"조금 그런 패턴이에요. 지금 이렇게 부드럽게 나오다가 뒤에는 조금씩 묽게 나와서요." — 환자
"그래서 변비 환자들이 오는데, 그 변비는 변이 단단하다가 아니에요. 변 보기가 힘들다가 변비예요." — 응꼬형

 

 

안 아픈데 치질이 있대요, 그냥 놔둬도 될까요

이 환자분이 오셨어요. 딱히 많이 불편한 건 아닌데, 몇 년 전에 치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이대로 놔둬도 되는지, 수술을 해야 하는지, 약으로 좋아질 수 있는지 궁금해서 오셨대요.

증상이라고는 속옷에 분비물 같은 게 조금 묻는 정도. 피가 나거나 피곤할 때 붓는 건 없다고 하셨어요. 다만 변을 하루 한 번, 10분에서 20분씩 오래 보시고, 보고 나서도 다 못 본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하셨죠.

진찰해 보니 치핵이 꽤 심한 편이었고, 뒤쪽에 치열도 하나 있고, 항문 옆 피부에 까만 점처럼 보이는 치루 구멍까지 발견됐어요. 눌러도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치핵은 오래 쓴 조직이 낡은 거예요

치핵 조직은 누구나 필요해서 가지고 태어나는, 혈관으로 된 풍선 같은 정상 조직이에요. 오랫동안 그 조직을 쓰신 거예요.

눈을 오래 쓰면 노안이 오고 백내장이 생기듯, 낡은 조직은 다시 젊어질 수 없습니다. 힘주고, 오래 앉아 있고, 술 마시고, 피곤하면 이 조직이 점점 부풀어 밖으로 나오고, 붙잡고 있던 조직이 헐거워지면서 더 빠져요.

쓰면 쓸수록, 나이가 들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피가 나고, 나와서 집어넣어야 하고, 부어서 아픈 증상이 반복되는데, 약을 바르거나 먹는다고 없어질까요?

좋아질 가능성은 0입니다.

주름살이 약 먹는다고 펴지지 않는 것과 같아요. 없애려면 수술뿐입니다.

 

그런데, 안 불편하면 뗄 이유도 없습니다

반대로 생각해 볼까요? 치핵은 암이 되지 않아요. 이것 때문에 죽을 일도 없어요. 1년에 딱 한 번 피가 나는 정도라면 수술하시겠어요?

저 같아도 안 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더 써서 한 달에 일주일씩 피가 나고, 변 볼 때마다 나와서 집어넣어야 하고, 피곤할 때마다 붓고 아프다면? 그때는 수술을 생각하게 되죠.

치질은 있다고 떼는 게 아니에요. 계속 불편해서 짜증이 날 때 하는 겁니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병은 심해지는데 수술은 어려워지니, 불편이 반복되고 조직 변화가 많다면 수술을 권합니다. 그런데 이 환자분처럼 별로 안 불편하다면 갖고 사셔도 상관없어요.

참고로 이분은 외국에서 "수술이 너무 아프니 하지 말라"는 말을 들으셨다는데, 아프니까 수술하지 말라는 건 어폐가 있는 이야기예요.

 

우연히 발견된 치루는 두고 볼 수 있어요

이분에게는 치루도 있었어요. 치루는 항문 안의 항문선에 생긴 염증이 바깥쪽으로 길을 내서, 곪았다 터졌다를 반복하는 병이에요.

한번 길이 생기면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드물고, 진물이 나다가 막히면 다시 곪고, 곪으면서 여기저기 길을 내면 복잡해져요.

복잡해지면 수술해도 재발이나 괄약근 손상 가능성이 높아지니, 원칙적으로 치루는 가능한 한 빨리 수술을 권합니다.

하지만 이분은 치루 증상 때문에 오신 게 아니고, 만졌을 때 명확한 길이 만져지거나 통증이 심하지도 않았어요.

이런 경우는 '우연히 발견된 치루'로 보고,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 같으면 두고 봅니다. 치루가 있다는 것만 알고 계시면 되고, 나중에 치핵 수술을 하게 되면 그때 같이 확인해서 손을 보면 돼요.

 

제일 중요한 보존적 치료는 항문을 덜 쓰는 것

연고는 전부 진통제예요. 안 불편한데 바를 이유가 없어요. 먹는 약으로 치질이 작아지지도, 없어지지도 않아요.

제일 중요한 보존적 치료는 항문을 덜 쓰는 겁니다.

이 환자분은 변을 10~20분씩 봐요. 치핵은 혈관 풍선이니, 매일 10분씩 풍선을 부풀리고 있는 셈이에요.

하루 1분에 변을 보는 사람보다 한 번에 10~20배를 쓰는 거고, 이대로 10년을 쓰면 남들의 100년 치를 쓰는 겁니다.

결국 나빠질 수밖에 없죠. 반대로 배변만 조절해 놓으면 불편이 훨씬 덜해지고, 그러면 수술도 급할 게 없어집니다.

 

'변 보기 힘들다'는 분의 절반 이상은 변이 묽어서 그래요

변비는 '변이 단단하다'가 아니라 '변 보기가 힘들다'예요.

변 보기가 안 좋다는 분의 절반 이상은 오히려 변이 묽어서 옵니다.

변이 묽으면 배가 사르르 아파서 마렵지도 않은데 미리 가서 앉고, 묽은 변은 보고 나서 직장에 덕지덕지 묻어 잔변감을 일으켜요.

시원하지 않으니 힘을 더 주고, 치핵만 더 빠지죠. 그래서 유산균이나 요구르트를 챙겨 드시면 변이 더 묽어져서 더 나빠집니다.

"변을 잘 본다 = 변을 묽게 만든다"는 완전히 반대예요. 변은 묽을수록 보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변을 묽게 하는 것부터 끊습니다. 매운 것, 기름진 것, 우유, 요구르트, 밀크커피, 라떼, 두유, 단백질 음료, 유산균, 밀가루 음식, 빵, 면, 라면, 술을 다 줄이세요.

 

변은 매일 보는 게 아닙니다

"매일 안 보면 단단해질까 봐" 매일 가서 빼내는 게 제일 안 좋아요. 평생 한두 번 변이 단단해서 고생한 기억이 무서워서 1년 365일 힘줘서 밀어내는 분들이 있어요.

10명 중 3명은 2~3일에 한 번 봅니다.

편하게 나오면 그건 변비가 아니에요. 오히려 매일 빼내려고 앉아서 힘주는 순간부터 변비가 됩니다.

강박적인 배변의 악순환은 이래요. 매일 빼내려 하니 때가 안 돼서 안 나오고, 그러면 변비가 심해진다고 생각해서 변을 계속 묽게 만들고, 그러면 배가 불편해지고 시원하지 않아지고, 배변 시간은 더 길어지죠.

이 악순환의 첫 고리가 '매일 보려고 힘주는 것'입니다. "진짜 보고 싶을 때만 간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정리하면

  • 치핵·치열·치루가 모두 있지만, 지금 크게 불편하지 않으므로 급하게 수술할 필요는 없습니다.
  • 우연히 발견된 치루는 두고 보되, 나중에 치핵 수술 시 함께 확인합니다.
  • 변 조절 치료(묽게 하는 음식 끊기, 강박적 배변 교정)를 먼저 합니다.
  • 대장내시경은 꼭 받으세요. 미루지 말고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 변이 좋아지면 배변도, 항문도 다 편해집니다.

 


응꼬형의 진료노트는 진료실에서 만난 여러 환자분의 서로 다른 상태에 따라,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 방향을 잡았는지를 적은 글입니다.

같은 질환이라도 항문의 크기와 힘, 질환의 경중,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정도에 따라 판단은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글의 내용이 모든 분께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본인의 상태가 어떤지는 진료를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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