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에 오돌토돌한 것이 다닥다닥 만져져요 – 곤지름은 사람유두종바이러스 감염이라, 없앤 뒤에도 한동안 다시 돋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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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요약
항문 주위에 사마귀 같은 것이 다닥다닥 돋았다면 곤지름을 의심해야 합니다. 곤지름은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되어 생기는 성병이고,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바이러스 자체를 없애는 약은 없어서 돋아난 것을 제거하고 한동안 지켜보아야 하며, 예방에는 HPV 백신이 도움이 됩니다.

이 내용은 제 유튜브 영상 「항문에서 따개비 모양이 만져진다면?! | 강력한 성병 '곤지름' 의심될 때 대처법」(2023년 10월)에서 이야기한 것을 글로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항문에도 성병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곤지름은 흔히 사마귀라고도 부릅니다. 항문 주위에 무언가가 다닥다닥 돋아나는데, 명란 알처럼 보이기도 해서 처음 보시는 분들은 꽤 놀라십니다.
에이즈나 매독 같은 성병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혈액, 체액, 상처를 통해 들어와 감염됩니다. 곤지름은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가 감염되어 생기는 성병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대부분 우리 몸에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지나가지만, 특정 타입이나 고위험군 타입은 곤지름을 만들고, 오래 두면 암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고위험군 타입도 생각보다 흔한 편이어서 잘 알아 두셔야 하는 병입니다.
HPV는 어떤 병과 관련이 있을까요
대표적인 것이 자궁경부암입니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 암의 발생과 암 사망에서 네 번째 원인으로 알려져 있고, 자궁경부암의 93% 정도가 HPV 감염으로 생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밖에도 아주 흔하지는 않지만 피부암, 생식기에 생기는 암, 항문 쪽에 생기는 암, 입안과 인두 쪽의 암도 생길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암 발생의 5% 정도가 이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에이즈보다 더 위험한 성병이 아닌가 싶으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알아보면 성격이 다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연구 결과를 보면, 성관계를 하는 성인의 절반 이상이 살면서 한 번쯤은 일정 기간 이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게 됩니다. 그리고 90% 정도는 우리 몸이 알아서 바이러스를 없애 버립니다. 문제는 나머지입니다. 몸에서 바이러스를 없애지 못하고 남아 있으면, 그 바이러스가 계속 문제를 일으켜 좋지 않은 병이 생길 수 있습니다.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 모두 지닐 수 있고, 성관계를 하고 나서 몇 주, 길게는 몇 년이 지나서도 지니고 있을 수 있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에게 옮길 수 있습니다. 이른 나이에 성관계를 시작했거나, 상대가 많거나, 면역이 억제된 상태이거나, 다른 성병에 함께 걸린 경우에 더 잘 걸립니다. 에이즈처럼 면역이 떨어진 환자에서는 HPV로 인한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여섯 배 정도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항문에는 어떻게 곤지름이 생길까요
성 접촉으로 옮는 병은 체액이나 혈액이 상처를 통해 몸에 들어와 생깁니다. 항문은 휴지로 세게 닦기만 해도 작은 상처가 수없이 생기는 곳입니다. 성관계나 다른 이유로 바이러스가 항문 주위의 상처에 묻으면 그 상처로 바이러스가 들어가고, 잠복기를 거친 뒤 사마귀 같은 병변이 생겨납니다.
진료실에 부부가 함께 오셨다가 곤지름이라는 것을 알고 부부 사이에 문제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말씀드립니다. 증상 없이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는 기간이 있고, 언제 어떤 경로로 옮았는지는 사실 알 길이 없습니다.
병원에는 보통 통증, 가려움, 약간의 출혈이나 붓기 때문에 불편해서 오십니다. 곤지름은 한번 생기기 시작하면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아주 드물어서, 대부분 병원에 와서 제거하게 됩니다.
바이러스를 없애는 약은 아직 없습니다
곤지름은 바이러스가 사마귀 같은 덩어리를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HPV 자체를 치료하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항바이러스제 같은 약으로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돋아난 곤지름을 없애도 시간 차를 두고 계속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분들이 가장 걱정하고 불안해하시는 것이 재발하면 어떡하느냐는 것인데, 이것은 재발이 아니라 시간 차를 두고 계속 생기는 것입니다. 결국에는 우리 몸의 면역으로 바이러스가 없어지고, 다른 타입에 새로 감염되지만 않는다면 더 이상 생기지 않습니다.
돋아난 곤지름은 이렇게 없앱니다
요즘에는 마취를 한 뒤 레이저로 지지거나, 칼과 가위 같은 기구로 모두 제거합니다. 화학 약품을 발라 없애는 방법도 있는데, 겉이 하얗게 변하면서 괴사되어 떨어져 나갑니다.
저는 수술로 제거하는 쪽을 더 선호합니다. 한 번 오시면 다 제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학적 제거는 외래에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여러 차례 해야 할 수 있고, 항문 안쪽은 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곤지름이 생긴 분들 가운데는 직장 안에도 생기는 경우가 있고, 특히 항문 쪽으로 성관계를 하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이런 곤지름을 떼어 조직 검사를 해 보면 세포가 이상하게 변해 가는 이형성이 종종 발견됩니다. 항문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병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부분입니다.

다시 돋아나면 면역을 돕는 연고를 씁니다
처음에 제거했는데 다시 돋아나면, 면역을 강화하는 연고를 씁니다. 우리나라에 현재 들어와 있는 것은 한 가지이고, 다시 돋아났을 때는 보험이 됩니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바르며,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바이러스를 더 빨리 없앨 수 있도록 돕는 연고입니다.
다만 이 연고보다 오히려 수술이 더 편하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백신을 맞으면 맞은 자리가 화끈거리고 붓는 것처럼, 항문이 너무 화끈거리고 아파서 도저히 못 바르겠다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연고까지 쓴 뒤에도 또 돋아나는 경우가 있지만, 그때는 이렇게 많이 돋아나지는 않습니다. 그때그때 외래에서 간단히 제거하고, 석 달 정도마다 정기적으로 확인합니다. 그 뒤로 더 생기지 않고 1년 정도 지나면 저는 치료를 마칩니다.
예방은 콘돔과 HPV 백신으로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예방법도 있습니다. 콘돔은 닿는 범위를 모두 가릴 수 없어서 100% 막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보호 효과가 있습니다. 곤지름이 있을 때는 당연히 성관계를 삼가셔야 합니다.
그리고 HPV 백신이 있습니다. 흔히 자궁경부암 백신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백신이고, 국가 예방 접종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때 접종을 멈춰야 한다는 말이 많았지만,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연구에서 이 백신은 사람유두종바이러스 감염을 90% 이상 예방할 수 있습니다.

국가 예방 접종에는 두 가지 백신이 들어 있고, 둘 다 두 번 맞습니다. 한 가지는 고위험군인 16형과 18형 바이러스를 더 오래 막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자궁경부암과 항문암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16형과 18형에 더해, 곤지름 같은 양성 질환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타입인 6형과 11형까지 막아 주며, 자궁경부암과 항문암뿐 아니라 외음부암, 질암, 생식기 사마귀까지 예방 범위에 들어갑니다. 성인이 병원에서 많이 맞는 백신은 이 네 가지 타입 외에도 여러 고위험군 타입을 함께 막아 줍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아니지만, 많은 나라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이 백신을 맞고 있습니다. 항문 주위에 오돌토돌한 것이 만져지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병원에서 확인받으시기 바랍니다.

관련 글: 항문이 너무 가려워 잠을 못 자요 · 항문 옆에 뾰루지가 났다 좋아졌다를 반복해요 · 항문질환 분류의 환자 질문 글. 원본 영상은 유튜브 응꼬형 채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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