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질문 하루에 열 몇 번 화장실 가고 닦으면 피가 묻어요 – 급성 장 증상과 치질성 출혈의 통합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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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요약
하루 열 번 넘게 화장실을 가는 급성기에 보이는 소량의 출혈은 그 자체로 수술을 결정할 근거가 아니며, 지금은 배변 양상을 조절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급성 설사성 증상은 몸이 좋지 않은 것을 배출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므로 약으로 억지로 멈추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변이 묽어서 생기는 변비 유사 증상을 이해하고 식이를 조절해야 하며, 항문이 좁은 체질이라면 묽은 변과 단단한 변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 급성기에는 죽처럼 부드러운 음식으로 넘기고 약으로 설사를 억지로 멈추지 않기
- 변을 묽게 하는 매운 음식, 유제품, 밀가루 음식, 술, 유산균 줄이기
- 대신 야채를 충분히 먹어 변의 양 늘리기
- 급성기의 소량 출혈만으로 성급하게 수술을 고려하지 않기
- 증상이 가라앉은 2주 후 대장내시경으로 다른 원인 확인하기

진료실에서
— 응꼬형
"오늘은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습니까?"— 환자
"월요일 오후쯤부터 배가 많이 아프다고 해야 하나, 장이 부은 것 같은 느낌, 가스 찬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변의가 자주 느껴져요. 변의라고 느껴지는 고통이 있어서 화장실 가서 힘을 많이 주면, 설사는 아닌데 묽은 질감의 변이 손가락만큼만 나오고, 싸고 나서 몇 분 있다가 또 아프고, 계속 그러다가 그날 새벽까지 합쳐서 한 열 몇 번 정도 화장실을 갔거든요. 어제 내과를 갔더니 장염인 것 같다고 하셔서 약을 받아왔는데, 이거 먹으면 가스도 제거되고 장운동이 줄어서 그런지 좀 덜하긴 한데, 약효가 떨어지면 또 변이 마렵고 그래요."— 응꼬형
"피는요?"— 환자
"새벽에는 잠 안 깨려고 불을 끈 상태로 변을 봐서 피가 묻었는지 몰랐는데, 어제부터 변 보고 닦으려고 보면 피가 나와요. 변에 피가 있는 건 아니고, 평소에 피가 나는 것도 아닌데, 딱 변 보고 나서 닦았을 때만 피가 묻고 그 이후엔 안 나오더라고요. 오늘 새벽에도 그것 때문에 3시부터 못 잤어요."
하루 열 번 화장실 가는 중에 보이는 피, 지금 판단하지 마세요
급성으로 배가 아프고 가스가 차면서 하루에 열 몇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다가, 닦을 때 피까지 묻어나서 놀라 오신 경우입니다. 내과에서는 장염 같다는 얘기를 들으셨습니다.
진찰해보니 치질 하나가 부어서 피가 스며나오는 것일 수도 있고, 살짝 찢어진 것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1년에 한 번 피가 나는 치질, 1년에 한 번 찢어지는 것으로 수술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 달에 일주일씩 피가 나야 수술을 생각하는 거예요.
하루 열 번씩 변을 보는 시기에는 항문이 부을 수밖에 없고, 이럴 때 수술을 결정하면 안 됩니다. 곪은 것만 아니면 괜찮습니다.

설사는 몸이 나쁜 걸 빼내는 과정입니다
장염이란 잘못된 게 몸에 들어온 상태이므로, 토하거나 설사로 빼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이걸 약으로 딱 멈춰버리면 안에서 곪습니다. 그래서 불편하다고 약으로 틀어막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나올 만큼 나오게 두면 좋아집니다. 이럴 때 식사는 그냥 죽이면 됩니다.
묽은 변이 변비를 만듭니다
변비는 변이 단단한 게 아니라 변 보기가 힘든 것입니다.
변 보기 힘들다고 오시는 분의 절반 이상은 변이 묽어서 옵니다. 묽으면 설사기로 배가 살살 아파 불안하니까 자꾸 앉게 되고, 묽은 변은 직장에 끈적하게 남아 계속 자극을 주니 시원하지가 않고, 가스도 더 찹니다.
그런데 이걸 변비로 착각하고 유산균과 요구르트를 먹으면 변이 더 묽어져 더 불편해집니다. 변을 잘 보게 한다는 건 변을 묽게 만드는 게 아닙니다. 완전히 반대예요.
급성기가 지나면 변을 묽게 하는 것들을 줄이세요. 매운 것, 기름진 것, 우유, 요구르트, 밀크커피, 라떼, 두유, 단백질 음료, 뉴케어, 탄산음료, 밀가루 음식(빵, 면, 라면), 술, 유산균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대신 야채는 많이 드세요.
항문이 좁은 분들의 함정
이 환자분은 항문이 좀 좁은 분입니다. 평소 변이 묽으면 항문이 크게 벌어질 일이 없어서 점점 쪼그라듭니다. 그러다 어느 날 단단한 변 하나에 찢어집니다.
묽으면 안 되겠다고 먹는 것을 확 줄이면 이번엔 변비가 되어 또 찢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 몸의 특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항문이 좁고 평소 변이 묽은 편이라면, 묽게 하는 것을 줄이되 너무 단단해지지 않도록 그 사이를 야채와 변의 양으로 잡는 것이 핵심입니다.
약은 변을 잡아주는 약과 정장제, 치질 출혈을 줄이는 약을 썼고, 변이 뭉쳐지면 중단해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대장내시경은 꼭 한번 받아보시길 권했습니다. 장에 염증이 있을 때도 똑같은 증상이 반복될 수 있고, 피가 나는 게 다른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단, 급성기가 가라앉은 2주 후부터입니다.
응꼬형의 진료노트는 진료실에서 만난 여러 환자분의 서로 다른 상태에 따라,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 방향을 잡았는지를 적은 글입니다.
같은 질환이라도 항문의 크기와 힘, 질환의 경중,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정도에 따라 판단은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글의 내용이 모든 분께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본인의 상태가 어떤지는 진료를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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