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보름 넘게 변을 못 봐요 – 뇌병변 장애 환자의 만성 변비, 자극성 하제 중단과 평생 배변 조절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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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요약
관장해도 물만 나오는 건 변비가 심해진 게 아니라 '약이 과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자극성 하제를 끊고, 평생 먹어도 안전한 약으로 배변을 조절해야 합니다.
자극성 하제(메이킨큐, 둘코락스, 알로에, 센나 등)로 장을 싹 비우면 다시 변이 차기까지 2~3일에서 일주일이 걸리는데, 그 사이 또 약과 관장을 반복하면 물만 나오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변비약은 낫는 약이 아니라 먹을 때만 효과가 있는 조절 수단이므로, 마그밀 같은 안전한 약으로 '부드러운 변'을 목표로 용량을 조절합니다.
- 자극성 하제와 알로에·센나류 건강보조식품의 장기 복용을 중단하세요.
- 나오는 변이 물처럼 묽으면 약을 한 알씩 줄이고, 딴딴하면서 3~4일에 한 번 나오면 올리세요.
- 표현 못 하는 환자는 보호자가 하루 1회 이상 손가락으로 직장에 변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 관장은 직장에 변이 내려와 있는데 안 나올 때만 하세요.
- 식사량, 특히 야채 섭취를 늘려 변의 재료를 만들어 주세요.
진료실에서
— 어머님: 저희 아이가 변비가 아주 심해요. 전날 약을 먹고 다음 날 관장까지 같이 해서 변을 보는데, 덩어리 변을 못 본 지가 보름이 넘었습니다.
— 응꼬형: 지금은 변을 어떻게 봐요?
— 어머님: 집에서 관장을 많이 해요. 많은 양을 해주는데, 거즈를 대보면 물만 나와요.
— 응꼬형: 약은 뭘 먹어요?
— 어머님: 둘코락스에스도 안 들어서 메이킨큐를 먹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해도 변을 못 봐요.
오늘은 조금 특별한 진료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뇌병변 장애가 있어서 말로 표현을 전혀 못 하는 환자분이 부모님과 함께 오셨어요. 덩어리 변을 못 본 지 보름이 넘었다고 하셨죠. 이 사례에는 만성 변비 환자와 보호자들이 꼭 알아야 할 핵심이 다 들어 있습니다.
15일 넘게 변을 못 봤다는데, 직장은 텅 비어 있었어요
이 환자분은 수십 년간 변비와 싸워온 분이에요. 둘코락스에스가 안 들어서 메이킨큐로 바꾸고, 4일에 한 번씩 전날 약을 먹인 다음 날 집에서 대량 관장까지 해서 겨우 변을 봐왔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해도 물만 나온다는 거예요.
예전에 한 달간 변을 못 봐서 입원해 밥공기 한 공기만큼 굳은 변을 파낸 적도 있다고 하시니, 보호자 입장에서 얼마나 겁이 나셨겠어요.
그래서 제가 제일 먼저 한 게 뭐냐면요, 내진이에요.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서 직장에 변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는 거죠. 결과는요? 텅 비어 있었습니다.
변이 안 나오는 게 아니라, 나올 변이 아예 없었던 거예요.
물만 나오는 건 변비가 아니라 '약이 과하다'는 신호예요
여기서 정말 중요한 악순환을 설명드릴게요. 자극성 하제를 세게 쓰면 장이 설사처럼 끝까지 다 비워져요. 그럼 다시 변이 차서 직장까지 내려오려면 적어도 2~3일, 식사량이 적은 분은 일주일 가까이 걸립니다. 그동안 변이 안 나오는 건 정상이에요.
그런데 그 사이를 못 참고 또 약을 먹이고 관장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나올 덩어리가 없으니 물 같은 것만 나와요. 보호자는 물만 나오니까 '변비가 더 심해졌구나' 하고 약을 더 세게 씁니다. 그럼 또 물만 나오고요. 환자는 계속 배가 아프고, 보호자는 계속 불안해지는 최악의 상황이 되는 거예요.
이 환자분이 딱 그랬어요. 17~18일간 덩어리 변이 없었는데도 배가 빵빵하지 않았거든요. 진짜 장이 막혀서 못 나오는 거라면 배가 남산만 해졌겠죠. 직장도 비어 있고 배도 괜찮다면, '변이 안 만들어지고 있고 약이 과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자극성 하제는 오래 쓰면 안 됩니다
메이킨큐, 둘코락스, 그리고 건강보조식품으로 파는 알로에나 센나 같은 것들은 전부 장을 자극하는 하제예요. 이런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장 신경이 둔해지는 신경 독성, 장이 검게 변하는 대장흑색증, 그리고 내성까지 생길 수 있어요.
한 번의 트라우마 때문에 '무조건 빼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약을 점점 세게 쓰다 보면, 환자 스스로 배변 감각을 느끼고 배변을 이뤄낼 힘을 완전히 잃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 더요. 변비약은 먹어서 낫는 치료제가 아니에요. 먹을 때만 효과가 있는 조절 수단입니다. 좋아졌다고 끊으면 원래대로 돌아가요. 나이가 들수록 변비는 더 심해지니까 약은 오히려 늘려가는 게 자연스러운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결론은 하나예요. 평생 먹어도 안전한 약으로, 필요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면서 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 환자분의 새로운 배변 조절 계획
이분께는 이렇게 처방했어요. 첫째, 메이킨큐 같은 자극성 하제는 이제 그만 씁니다. 둘째, 물약을 못 삼키는 분이라 알약으로, 변에 물기를 더하는 마그밀과 장운동을 돕는 약을 같이 씁니다.
마그밀은 알이 커서 먹이기 힘들다고 하셔서 알이 작은 마그밀에스로 드렸어요. 마그밀에스 2알이 마그밀 1알에 해당하는데, 하루 6알을 아침·점심·저녁 2알씩 밥에 섞어 먹이면 됩니다. 참고로 모비졸로는 장운동을 강화하는 약이고 마그밀은 변을 묽게 하는 약이라, 역할이 서로 달라요.
셋째, 약 용량을 조절하는 기준을 알려드렸어요. 목표는 변을 묽게 만드는 게 아니라 '나오는 변이 부드러운 정도'예요. 나오는 변이 물처럼 묽으면 그 약은 무조건 센 거니까 한 알씩 줄이고, 변이 딴딴하면서 3~4일에 한 번밖에 안 나오면 부족한 거니까 올리면 됩니다.
표현 못 하는 환자는 보호자의 '손가락 확인'이 생명입니다
이 환자분은 배가 아파도, 변이 마려워도 말을 못 해요. 그래서 보호자가 하루에 한 번 이상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직장에 변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셔야 해요.
직장에 변이 내려와 있는데 못 내보낼 때, 그때가 바로 관장할 타이밍이에요. 변이 없는데 며칠 됐다고 억지로 빼내려는 건 환자만 고통스럽게 할 뿐입니다.
그리고 추가 검사로 두 가지를 권해드렸어요. 하나는 누워서 촬영이 가능한 근처 병원에서 복부 엑스레이를 찍어 사진이나 CD로 가져오시는 것(저희 병원은 서서 찍는 장비라 이 환자분은 촬영이 어려워요), 또 하나는 갑상선 기능을 포함한 피검사예요. 배변 습관이 갑자기 변할 때는 다른 원인이 숨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거든요.
응꼬형의 한마디
변비 치료의 목표는 장을 물처럼 싹 비워내는 게 아니에요. 나오는 변이 부드럽도록, 평생 안전하게 조절하는 겁니다.
특히 표현 못 하는 가족을 돌보시는 보호자분들, 과거의 무서웠던 기억 때문에 약을 자꾸 세게 쓰게 되는 마음을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빼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환자를 더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기다릴 줄 아는 것도 치료예요.
수십 년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안전한 방법으로 같이 되돌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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